아궁이가 내는지 연기가 밖으로 흩어지기 시작하자 나는 아궁에 무엇이 타고 있는지를 단박에 알아낼 수 있었다. 가을걷이 지치러기인 콩깍지와 메밀대를 때고 있었다. 구수한 냄새가 바로 그것을 뜻하는 거였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굴뚝 냄새에 나는 불현듯 콩깍지와 메밀대를 군불 아궁이에 때어 볼 수 있었던 옛날이 그리웠다. 그 무렵은 내 손으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했던 고생스런 청소년 시절이었음에도, 호의호식하며 허리를 굽실대는 수염 허연 늙은이한테 도련님도련님 하는 소리를 들었던 철부지 적의 아련한 기억보다 훨씬 씨알이 여문 그리움이었다.
Ahn Sam-yeol
안삼열
Ahn sam-yeol is graphic designer born (1971) and raised in Seoul, Korea. He graduated from department of visual communication design, hongik university in 1997. He worked in ahn graphics (1997~2001) and several design
같은 시대에 다른 장소에서 엇비슷한 아이디어가 태어나고 꼭 닮은 미의식이 발생하는 현상은 반드시 있다. 인간은 창조성이나 독자성 이전에 공감의 생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것을 보고 웃는다. 같은 것을 보고 소리 지른다. 누구한테 배우지 않아도 가장 빨리 달린 사람에게 감동한다. 어차피 인간, 생각하는 게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 또한 하나의 구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에게 ‘쓰기’란 운동선수가 하는 경기 전 달리기 연습이나 스트레칭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구상할 때 우선 그림을 그리거나 직접 연기하거나 카메라로 찍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경우는 글쓰기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쓰지 않으면 찍을 것이 발견되지 않으며 어쩌면 사고조차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에 따라 별들은 서로 다른 존재야. 여행하는 사람에겐 별은 길잡이지. 또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조그만 빛일 뿐이고, 학자인 사람에게는 연구해야 할 대상이고. 내가 만난 사업가에겐 금이지. 하지만 그런 별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어. 아저씬 어느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갖게 될거야.
내 꿈의 세계 창 밖엔 미루나무들이 어린이 열람실의 단층 건물보다 훨씬 크게 자라 여름이면 그 잎이 무수한 은화가 매달린 것처럼 강렬하게 빛났고, 겨울이면 차가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힘찬 가지가 감화력을 지닌 위대한 의지처럼 보였다.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아카시아꽃도 첨 보는 꽃이려니와 서울 아이들도 자연에서 곧장 먹을 걸 취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 꽃을 통해서였다. 잘 먹은 아이는 송이째 들고 포도송이에서 포도을 따먹듯이 차례차례 맛있게 먹어 들어 갔다. 나도 누가 볼세라 몰래 그 꽃을 한 송이 먹어 보았더니 비릿하고 들척지근했다. 그리고는 헛구역질이 났다. 무언가로 입가심을 해야 들뜬 비위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나는 불현듯 싱아가 생각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만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 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마침 언덕 너머로 아가의 오빠가 뛰어왔습니다. 그리고 아가의 손에 뭐를 가진 것을 보고 “너 그게 뭐냐?” 하고 물었습니다. “몰라 오빠 이게 무슨 나비야?” 하고 아가는 꿀벌을 높이 들어 보였습니다. “그게 벌이다. 벌이야! 침으로 쏘면 큰일난다. 어서 버려라, 어서!”하고 오빠가 소리쳤습니다. “에구머니나!” 아가는 질겁을 하여 꿀벌을 놓아주었습니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아주 소박한 꽃이 있었다. 그는 그 꽃을 주의해서 살펴보았는데, 그 꽃은 겸손하지도 않고 자기의 가시 네 개로 호랑이 발톱을 당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렸다. 그래서 왕자는 괴로움을 당했다. 별을 떠나던 날 아침 그는 자기의 별을 깨끗이 챙겨 놓았다. 꽃에 고깔을 씌워 주려고 했을 때도 그 꽃은 자기의 우는 꼴을 보이지 않으려 거만하게 굴었다. 어린 왕자는 일거리도 구하고, 무엇을 배우기도 할 목적으로 여러 소혹성을 찾아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