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의 세계 창 밖엔 미루나무들이 어린이 열람실의 단층 건물보다 훨씬 크게 자라 여름이면 그 잎이 무수한 은화가 매달린 것처럼 강렬하게 빛났고, 겨울이면 차가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힘찬 가지가 감화력을 지닌 위대한 의지처럼 보였다.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310 정인자
310 Junginja
<310정인자>는 9pt 내외의 작은 글자에 최적화한 본문용 글꼴입니다. 명조체를 작게 썼을 때 자칫 눈을 시리게 만들 수 있는 부리의 날카로움과 가는 줄기를 보완하였고, 여유로운 속공간으로 조판면이 고른 회색도를 보이도록 하여 읽기 편합니다. 또한 명조의 장점인 부드러운 곡선에, 고딕의 장점인 고른 획 굵기와 수직수평 구조가 엿보여 큰 글자의 제목용 글꼴로도 적당합니다. 한글 2350자 외에 226자를 추가하였고, 잘 다듬어진 문장부호와 기호, 대체 글립, 세로짜기 문장부호 변환 등의 편의성도 갖췄습니다.
전염병은 아니지만 누군가 아기를 데려다가 잠시 봐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옳지 않다는 걸 곧 깨달았다. 고통스럽던 병자의 얼굴에 잠시 은은한 미소가 떠오르면서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을 보니 잠든 아기의 발바닥이었다. 포대기 끝으로 나온 아기 발바닥의 열 발가락이 “세상에 예쁜 것” 탄성이 나올 만큼, 아니 뭐라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예뻤다. 수명을 다하고 쓰러지려는 고목나무가 자신의 뿌리 근처에서 몽실몽실 돋는 새싹을 볼 수 있다면 그 고목나무는 쓰러지면서도 얼마나 행복할까.
아카시아꽃도 첨 보는 꽃이려니와 서울 아이들도 자연에서 곧장 먹을 걸 취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 꽃을 통해서였다. 잘 먹은 아이는 송이째 들고 포도송이에서 포도을 따먹듯이 차례차례 맛있게 먹어 들어 갔다. 나도 누가 볼세라 몰래 그 꽃을 한 송이 먹어 보았더니 비릿하고 들척지근했다. 그리고는 헛구역질이 났다. 무언가로 입가심을 해야 들뜬 비위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나는 불현듯 싱아가 생각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만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 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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