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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옴표 #30 | 발표회 이후, 참여자들의 이야기

2026.07.08

“나도 이 친구의 시각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발표회 이후, 참여자들의 이야기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나영(십자말풀이), 김민주(삐걱체), 김혜연(친구체), 손지혜(농담체)

발표회 다음 날, 홍익대학교 카페나무에서 네 명의 참여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각자 글꼴을 만들게 된 계기부터 디자이너로서 그리는 미래까지, 조금 더 내밀하고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발표회 이후 소감은?

손지혜 평소 소모임에서도 친구들의 작업물에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지 깊게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는데 발표회를 통해 설명을 듣게 되어 좋았고, 제 작업물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김혜연 구모아(발표회 초청 디자이너)님께서 “세벌체는 한글 구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구조”라며 “해체주의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듣고, 탈네모틀을 형태적으로 훨씬 다양하게 실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나영 저도요. 저희는 안상수체나 마노체처럼 이미 상용화된 사례를 참고하다 보니, 회원들의 모듈 구성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가을 활동에서는 모듈 단계부터 다양한 시도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글꼴 작업의 시작은?

김혜연 로마자 중심으로 배우는 타이포그래피와 달리 동아시아 문자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갖고 더 들여다봤어요. 아시아 문자 타이포그래피와 탈네모틀에 대해 떠올린 생각들을 실제 작업으로 연결해보고 싶었습니다.

김민주 팬그램이 “다람쥐 헌 쳇바퀴에 타고파”였으니까, ‘쳇바퀴가 무너졌지 않을까’하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작업하는 과정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김나영 세벌체 워크숍 이후 ‘조합되고 획이 더해지는’ 방식에 꽂혀 있었는데, 마침 신문에서 십자말풀이를 봤어요. 흰색 칸만 보면 글자처럼 보여서 시작하게 됐어요.

손지혜 신신이 디자인한 책 『우아한 언어』에서 〈산작〉과 굵은 〈아메리칸 타입라이터〉를 섞어 썼는데, 획 형태만으로 둘이 조화롭다는 점이 재미있었어요. 타자기 구조의 탈네모틀에 그런 질감을 담고 싶었고, 문장부호까지 다른 굵기로 섞어 짜는 방식에도 관심이 있어서 글꼴 한 벌 안에서 다양하게 섞어 쓸 수 있는 구성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Q. 작업하면서 느낀 어려움은?

김나영 처음에 십자말풀이 판만 활용해서 만들어보자고 구상했는데 숫자나 기호, 로마자로 파생을 넘어가니 그 규칙을 따를 수 없는 예외가 생기더라고요. 결국 로마자의 영향으로 한글의 형태도 가변적으로 조금씩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우면서도 형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어요.

김혜연 나영이는 픽셀 폰트랑 다르게 만드는 게 고민되었을 것 같아요. 저는 글자의 특성을 살리면서 로마자와 한글을 섞어 짜는 게 조심스러웠어요. 글줄의 리듬감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가, 다양한 행간과 크기의 텍스트를 하나의 배율 체계로 맞추는 조판 그리드 방식을 글꼴에도 적용해 해결했습니다.

김민주 처음에는 제 취향을 담아 현대적으로 접근하고 조각으로 글자를 만드는 작업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커닝이나 복잡한 디테일들을 신경 써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는 약간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손지혜 저는 반대로 자료 조사를 아주 깊게 해서 방향성을 좁혀놓고 시작하는 편이라, 초기 스케치와 최종본의 간극이 거의 없었어요. 본문용 글꼴이다 보니 최대한 가독성을 잘 그려내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Q. 완성한 폰트를 직접 써본 적이 있는지?

손지혜 저는 최종 수정되기 전에 활용해 봤는데요, 책의 각주에 쓰거나 과제를 할 때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들 생일 편지 써줄 때 이 글꼴을 엄청 많이 써요.

김혜연 제 생일에 지혜가 편지를 줬는데, 지혜만의 스타일이 묻어나고, 친구 목소리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서 글꼴이 재밌게 활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김나영 제가 사용했던 경험은 아니지만, 제가 1학기 때 수업을 들었던 김은지 디자이너가 제 글꼴이 공개되자마자 이를 구매했다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저를 태그해서 올려주셨어요. 누군가 제 작업을 구매해서 써주신다는 경험이 정말 신기하고 뿌듯했습니다.

Q.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손지혜 타이포그래피를 중심으로 다양한 그래픽 작업을 하고 싶어요. 같은 사람의 작업인가 싶을 정도로 새로운 시도를 꾸준히 하는 분들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스타일과 매체를 다양하게 넘나들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김나영 소모임의 영향으로 아직은 편집과 타이포그래피에 가장 관심이 많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고 싶어요.

김민주 요즘에는 여러 매체에 응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관심은 지속하되, 그래픽 디자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아무 부담 없이 매번 새로운 거 하기’ 프로젝트도 지혜랑 같이 하기로 했어요.

김혜연 한국인이 형태를 어떤 맥락에서 다루고 읽어내는지를 연구하고, 이를 실무 작업으로 풀어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나아가 다음 세대 디자이너들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요.

Q. 한글꼴연구회 소모임과 동료들은 어떤 힘이 되었나?

김혜연 단톡방에서 고민도 나누고,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접근하는지 진행 상황을 체크하면서 정말 의지가 많이 됐어요. 특히 소모임 안에 피드백 체계가 잘 잡혀 있고, 학생 신분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정보들이 꾸준히 공유되고 아카이브되어 있어서 그런 게 실제 작업에 좋은 영향을 줘요. 지혜가 소모임 카페에 있던 인쇄소나 실무 정보를 모아 정리해 준 적이 있는데, 평소 접하기 힘든 유용한 정보들이 많아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손지혜 수업에서는 알기 힘든, 같은 작업을 해본 사람끼리만 나눌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는 게 소모임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또 이번 발표회처럼 외부 전문가들에게 평가받는 낯선 환경도 익숙한 친구들과 함께 해서 무섭지 않고 든든했습니다.

김나영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았는데, 제 것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받는 피드백을 챙겨 보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았어요. 또 소모임 인스타그램에 아카이빙이 잘 되어 있어서, 저학년 때부터 제 작업을 외부에 공개해 보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정말 끝까지 해내기 힘들었을 거예요.

김민주 저는 1학년 때 디자인을 거의 배우지 않은 상태로 소모임에 들어왔는데, 선배들과 동료들을 통해 디자인을 처음 배웠어요. 친한 동료들이 어떤 시각과 계기로 글꼴을 만들었는지 발표를 통해 자세히 들으면서 ‘나도 이 친구의 시각을 배우고 싶다’는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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