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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옴표 #30 | 한글꼴연구회 × AGTI 프로젝트 발표회 이야기

2026.07.08

“탈네모틀, 다시 질문을 던지다”

초청 디자이너들의 관평과 화두

〈탈네모틀 한글꼴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오간 여러 이야기 가운데, 한글꼴연구회를 지도하는 석재원 교수의 인사말과 참여자 발표에 대한 초청 디자이너 구모아(우아 스튜디오), 노은유(노타입), 김태룡(비대칭과 정방형)의 관평을 통해 제기된 네 가지 화두를 소개합니다.

“하나의 변곡점이 되기를”

석재원(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한글꼴연구회 지도교수) 방학마다 세벌체 글꼴을 한 종씩 만드는 것은 한글꼴연구회의 오랜 전통입니다. 제가 학생이던 때도 그랬고, 선배들로부터 꾸준히 이어 왔습니다. 대학교에 와서 처음 세벌식 자판을 접했고, 그 자판으로 입력하기 위해 세벌체를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완성형이 아닌 조합형으로 글자를 만드는 방식은 학생들에게 제작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초성·중성·종성이 조합되는 한글의 구조를 몸으로 익히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해마다 비슷한 결과물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있었습니다. 이번 협업이 그런 흐름에 하나의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세벌체는 한글 디자인의 중요한 뿌리”

노은유(노타입) 처음 탈네모틀은 하나의 운동이었습니다. “네모틀은 사라져야 한다” “탈네모틀이 한글의 미래다”라고 말하며 세벌체와 탈네모틀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시대정신이 있었죠. 복고가 유행하면서 탈네모틀은 하나의 디자인 재료처럼 소비되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주목받으면서 이전과는 다른 깊이가 생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제는 처음 탈네모틀이 등장했을 때의 정신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네모틀 글꼴은 초성·중성·종성을 다벌식으로 조합해 만들어집니다. 결국 세벌체는 한글 디자인의 중요한 뿌리였고, 지금도 그 뿌리 위에서 한글 디자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탈네모틀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

구모아(우아 스튜디오) 탈네모틀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1990년대에는 탈네모틀이라는 시도 자체가 주목받았다면, 지금은 탈네모틀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작업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제는 탈네모틀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탈네모틀 형태는 한글 기계화 과정에서 등장했지만, 이제는 그 출발점을 넘어 구조 자체를 새롭게 해석하고 더욱 해체적으로 탐구하는 작업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또 〈농담체〉처럼 긴 글을 읽는 데 적합한 본문용 탈네모틀 글꼴도 더 많이 제안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시도가 계속 이어지면서 탈네모틀을 바라보는 시각도 함께 확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상수체가 되면 안 된다”

김태룡(비대칭과 정방형, 한글꼴연구회 멘토) 사용성이라는 측면에서도 흥미롭게 봤습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글자의 형태를 보면 세벌체의 기본 구조를 따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판사 로고 가운데에는 민음사처럼 탈네모틀을 바탕으로 만든 로고가 많습니다. 탈네모틀이 가진 리듬감 때문인지 세벌체 운동의 영향을 직접 받은 세대가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업할 때마다 “안상수체가 되면 안 된다”는 이야기부터 합니다. 이번 작업들은 기존 형태를 각자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는 글꼴이 어떤 환경과 맥락 속에서 사용될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결국 글꼴의 형태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쓰기’이며, 글꼴은 쓰이는 과정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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