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쪽이 더 사나이다울까? 가혹한 운명의 화살을 받아도 참고 견딜 것인가? 아니면 밀려드는 재앙을 힘으로 막아 싸워 없앨 것인가? 죽는다는 것은 잠드는 일, 다만 그것뿐이다. 잠들어 만사가 끝나 가슴쓰린 온갖 심뇌와 육체가 받는 모든 고통이 사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심으로 바라는 극치다. 죽음은 잠드는 일! 잠이 들면 꿈을 꿀테지. 이승의 번뇌를 벗어나 영원의 잠이 들었을 때, 그 때 어떤 꿈을 꿀 것인지는 여기서 망설이게 된다. 그것을 염려하기 때문에 이 고해(苦海) 같은 인생을 끝까지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의 사나운 비난의 채찍을 견디며, 폭군의 횡포와 세도가의 멸시, 버림받은 사랑의 고민, 끝없는 소송 사태, 관리들의 오만, 고귀한 인사에 가하는 저 소인배들의 불손, 이 모든 것을 참고 지낼 것인가? 한 자루의 단도면 쉽게 끝낼 수 있는 일.
노타입
NohType
글꼴 디자이너이자 연구자이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2008년 ‘일본어 음성 표기를 위한 한글 표기 체제 연구’로 석사 학위를, 2011년 ‘최정호 한글꼴의 형태적 특징과 계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 박사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를 집필했다.
훈민정음이 만들어질 무렵, 세종대왕의 신하 정인지가 해례본 정인지서 첫머리에서 말하길,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다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글자가 있다 하였고, 이는 곧 천지자연의 모든 소리를 한글로 담을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로는 서방은 물론이거니와 동방의 말조차도 제소리대로 적기 어려우며, 더구나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글자 중에서 지금은 사라져서 쓰이지 않는 소리도 있다. 하여, 이러한 한글 소리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라진 옛글자를 되살리고, 다른 나라의 말의 여러 가지 소리 가운데 현재의 한글로는 적을 수 없는 소리를 골라내어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인 한 글자에 하나의 소리가 나는 일음일자의 원칙과 가획과 합자의 원리에 따라 새로이 낱자를 만들고 《소리체》라 이름 지었다.